
이번 HYROX 인천 대회는 체육관 코치님과 함께 프로 더블에 참가했습니다.
둘 다 몸 상태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코치님은 허벅지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저는 비복근 파열로 러닝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대회 2주 전에야 풀 시뮬레이션 한 번과 짧은 인터벌 몇 세션을 소화한 게 전부였습니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건 서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록에 욕심내지 않고 축제처럼 즐기기로 했습니다.
레이스 전략 — 러닝은 천천히, 스테이션은 빠르게 교대
러닝은 5:40/km 정도로 계획했습니다. 평소라면 편하게 조깅하는 페이스지만, 훈련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달리다가 후반에 무너지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스테이션에서는 한 사람이 끝까지 버티기보다 힘이 남아 있을 때 빠르게 교대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서로의 컨디션을 확인하면서 운동량을 나누고, 무리해서 시간을 줄이려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풀 시뮬레이션은 한 번밖에 하지 못했지만 평소 킥복싱 미트 훈련으로 호흡을 맞춰온 덕분인지 교대는 생각보다 자연스러웠습니다.
슬레드 풀 — 시뮬레이션과 실전은 다르다
가장 당황했던 스테이션은 슬레드 풀이었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큰 문제 없이 완수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경기에서는 같은 무게인데도 훨씬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카펫의 마찰 때문인지 슬레드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고릴라 로우로 나름 준비해 온 전완은 슬레드가 1/4도 움직이기 전에 털릴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무리하면 이후 스테이션에 영향을 줄 것 같아 빠르게 코치님에게 넘겼습니다.
연습 때 잘했던 종목이라도 실제 경기장 환경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버피 브로드 점프 — 가벼운 체중이 도움이 된 순간
반대로 버피 브로드 점프에서는 제가 조금 시간을 당길 수 있었습니다.
하이록스에서 가벼운 체중이 항상 유리한 건 아니지만, 버피 브로드 점프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체중이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파머스 캐리를 마친 뒤에는 오히려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러닝 페이스가 올라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런지와 월볼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리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페이스를 낮췄고, 이후 런지도 큰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월볼 — 힘보다 집중력이 필요했던 100개
마지막 월볼은 체력을 아껴왔어도 역시 힘들었습니다.
특히 공이 문제였습니다. 앞선 선수들이 계속 사용한 공이라 손에서 자꾸 미끄러졌습니다.
땀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묻은 공을 계속 받아내야 했는데, 던지는 동작보다 공을 받아 다시 올리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더 필요했습니다.
80개를 넘고, 90개를 넘기면서 조금씩 끝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공이 벽에 닿고 저지의 OK 사인을 확인한 뒤 피니시를 향해 달렸습니다.
최종 기록은 1시간 19분 21초.
이번 목표였던 부상 없이 완주하기도 달성했습니다.

직접 참가하면서 느낀 점과 참가 팁
이번 레이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록보다 파트너와의 스테이션 운영이었습니다.
잘됐던 점
러닝 페이스를 무리하게 올리지 않아 후반까지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스테이션에서 서로의 상태에 맞춰 빠르게 교대한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평소 함께 운동하며 맞춰온 호흡이 실제 경기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어려웠던 점
슬레드 풀은 연습 환경과 실제 경기장의 체감 저항이 크게 달랐습니다.
월볼에서는 미끄러운 공 때문에 그립과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음 참가자에게 공유하고 싶은 팁
슬레드는 연습 때의 체감 중량만 믿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기장 바닥 상태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더블에서는 한 사람이 오래 버티기보다 서로의 상태에 맞춰 교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러닝에서 시간을 조금 줄이려다 후반 스테이션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페이스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 월볼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력을 배분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다시 참가한다면?
완주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작년에 싱글은 어떻게 했지?'였습니다.
더블을 뛰고 나니 싱글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하이록스는 몇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매번 힘듭니다.
그래도 계속 참가하고 싶은 종목입니다.
이번에는 기록을 최대한 끌어내는 레이스가 아니었습니다. 현재 몸 상태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운영했습니다.
혼자였다면 중간에 욕심을 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파트너가 있었기에 서로 확인하고 조절하면서 끝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몸 상태에 맞게 페이스를 조절하고 판단하는 것도 경기력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기록은 계속 도전할 생각입니다. 하이록스도, 러닝도, 주짓수도, 웨이트도 꾸준히 이어갈 겁니다.
다만 몸을 망가뜨리면서까지 기록을 끌어올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원하는 운동을 계속하려면 당장의 기록만큼 몸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이번에는 얼마나 빨리 완주했는지보다 어떻게 완주했는지가 더 중요했던 레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