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FORM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운영진이라는 걸 밝히고 무슨 말을 써야 하나 꽤 고민했습니다.
거창하게 서비스를 소개하거나
“대한민국 운동 문화를 바꾸겠습니다” 같은 말을 하기에는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제가 왜 이걸 만들었는지부터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20년 가까이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그동안 나름 열심히 살았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또 다음 일을 쳐내고.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남의 일을 잘하기 위해 꽤 열심히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뭘 할 때 제일 즐겁지?
한참 생각했는데 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운동할 때였습니다.
저한테 체육관은 조금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그날 기분이 좋든 나쁘든,
일단 운동을 시작하면 그런 것들이 잠시 사라졌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운동만큼은 계속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저한테 체육관은 꽤 오랫동안 성역 같은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운동을 한 지도 어느덧 20년 가까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선수였던 건 아닙니다.
합기도를 하다가,
격투기를 하다가,
주짓수를 하고,
러닝을 하고,
마라톤을 뛰고,
트레일을 달리고,
요즘은 또 HYROX를 합니다.
종목은 계속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계속 운동을 한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마다
책을 찾아보고, 유튜브를 보고, 커뮤니티를 뒤지고,
누군가에게 배우고,또 직접 해봤습니다.
어떤 건 잘 맞았고
어떤 건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인터벌을 너무 강하게 했다가 퍼지기도 하고,
마라톤에서 계획했던 페이스가 무너지기도 하고,
새로운 훈련법을 몇 주 동안 적용해보면서
“이건 왜 이렇게 하라는 거지?”를 혼자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배운 것들을 제 몸에 적용해보고
기록하면서 조금씩 제 방식이 생겼습니다.
저는 이런 과정이 좋습니다.
배우고 → 해보고 → 실패하고 → 수정하고 → 다시 해보는 것.
아마 제가 운동을 계속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찾아보고 고민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맞닥뜨리는 문제일 텐데,
내가 먼저 해본 경험이 그 사람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저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훈련하고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저는 정답을 알려주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누군가는 Zone 2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누군가는 역치 훈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기록을 위해 운동하고,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하고,
누군가는 그냥 오늘 체육관에 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나는 이렇게 해봤다.”
라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했어요?”
라고 물어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습니다.
대회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정말 많은 대회가 생깁니다.
러닝 대회, 트레일 대회, HYROX 같은 피트니스 레이스까지.
그런데 막상 대회를 신청하려고 하면 궁금한 게 많습니다.
코스는 어떤지,
운영은 괜찮았는지,
보급은 어땠는지,
주차는 헬인지,
화장실은 충분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돈 내고 다시 참가할 만한 대회인가?”
이런 정보는 결국 먼저 참가했던 사람들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좋았으면 좋았다고 하고,
별로였으면 왜 별로였는지 이야기하고,
대회가 이상하게 운영됐다면 같이 이야기하고
좋은 대회라면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단순히 대회를 욕하기 위한 공간도 아니고
주최사를 보호하기 위한 공간도 아닙니다.
참가자들이 실제 경험을 쌓아가면서 더 좋은 대회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
FORM이 그런 역할도 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FORM을 만들었습니다.
FORM은 잘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 아닙니다.
첫 5km를 준비하는 사람도,
Sub-3를 노리는 사람도,
첫 HYROX를 준비하는 사람도,
포디움을 노리는 사람도,
헬스장에 처음 등록한 사람도
10년째 같은 체육관에 출근하는 사람도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여기서는 꼭 멋진 결과만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훈련을 망친 이야기도 좋고,
대회에서 퍼진 이야기도 좋고,
몇 달 동안 해봤는데 효과 없었던 운동법 이야기도 좋습니다.
어쩌면 그런 이야기가
성공담보다 다른 사람에게 훨씬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 역시 이곳에서 운영진 이전에 한 명의 운동하는 사람으로 활동하려고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공유하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직접 해본 것은 경험을 이야기하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그냥 잘못 알았다고 하겠습니다.
운영진이라고 해서 제 의견이 정답이 되는 커뮤니티는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가끔은 제 글에도
“그거 아닌 것 같은데요?”
라고 댓글 달아주셔도 됩니다.
FORM이라는 이름에는 제가 좋아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 몸의 형태가 바뀝니다.
하지만 그것만 변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10km를 처음 완주하고,
처음으로 바벨을 들고,
첫 대회를 나가고,
실패하고 다시 훈련하면서
사람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 사람이 운동을 대하는 방식도 하나의 Form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수많은 Form이 이곳에 쌓였으면 합니다.
누군가의 기록이
다음 사람의 시작점이 되고,
누군가의 실패가
다른 사람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누군가의 질문이
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끌어내는 곳.
그렇게 오래 쌓이다 보면
FORM이 꽤 재미있는 운동 아카이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번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완성된 커뮤니티를 보여드리겠다는 것보다,
운동하듯 꾸준히 만들어보겠습니다.
많이 써주시고,
많이 물어봐주시고,
이상한 건 이상하다고 이야기해주세요.
저도 같이 운동하고
같이 기록하겠습니다.
FORM에서 오래 보면 좋겠습니다.
